솔직히 말해서, 나는 누군가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쓰는 것을 꺼린다. 글을 잘 쓰는 편도 아니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어서.
그런데 문득 가만히 있다가는 나에게 아무런 기회도 오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려면, 그것이 맞든 틀리든 내가 먼저 말해야 한다.
틀리면 고치면 되고, 다르면 이해하면 된다.
예전에 회사 동료분께 들은 ‘로켓 스타트’라는 말처럼, 일단 시작하자.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더 잘하고 싶어 하나.
최근 어떤 회사의 채용 과제를 밤새워 진행하다가 더 사무치게 느꼈다. "이게 과제가 아니라 나에게 맡겨진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이어나가다 짧은 내 커리어의 시작과 현재를 천천히 되돌아보게 되었고, 이 과거를 간단하게(?) 글로 정리해 보려 한다.
나는 아동가족학과 졸업 후 어린이집 취업을 생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꿈꿔봤을 대기업 직영 어린이집에 줄줄이 합격했다.
어렵게 입사한 좋은 어린이집. 어린이집의 하루는 매일이 전쟁 같은 하루고, 이 전쟁이 나름 질서있게 반복된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이런 것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은 원래 힘들고 싫은거다'라는 주변의 말과, 어렵게 들어온 회사의 네임벨류를 잃고 싶지 않아 버티고 버텼다.
어느 날, 훌륭한 선생님들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놀이를 지원하고,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재우고, 집에 가는 아이를 배웅하는 일을 수년동안 반복하며 매일 행복감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는 말을 보게 됐다. 그 인터뷰를 곱씹다가 그만 정신을 아득히 잃고 병원에 실려갔다.
이 인터뷰에서 내 머리에 들어오는 말은 ‘이 일을 몇 년이고 반복해야 한다는 것’과, 그리고 ‘그것이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난 행복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의 5분이 5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걸 몇 년이고 반복해야 한다고?
일이 쌓여서 몇 시간씩 일찍 집에서 나와놓고는, 숨이 막혀서 판교역 구석 의자에 한 시간을 넘게 앉아 있었던 날들을?
결국 업무를 이어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약해져서 퇴사를 하고 병원을 다녔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경험이 다 어린이집 취업을 위한 경험이던 나는 '덜 불행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일단 뭐라도 시작해야 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어린이집에서 일한 경력을 인정받아 작은 심리상담소의 사무 업무를 맡았고, 다시 그 경력을 인정받아 ‘문토’라는 멋진 회사에서 CX 매니저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업무는 너무 재미있었다. 팀원들도 너무 좋았고, 5시간이 5분처럼 느껴졌다.
회사원들이 회의실에서 어떤 복잡한 결정들을 하는지,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치열한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뼛속 깊이 느꼈다.
어린이집 교사로 일할 당시 귀가 닳게 들은 '일은 원래 힘들고 싫은거다'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는걸 알았다. (스트레스가 없었다는건 아니다 ㅎㅎ.)
cx포지션으로 입사했지만 제너럴리스트여야하는 많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그리고 내 가능성을 인정해준 회사 덕분에 b2b, 운영 기획, PM까지 업무가 확장되었다.
회사에 대해 전혀 몰랐던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기회를 주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해 준 회사와 팀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게 문토에서 치열하게 일하면서 배운 것들이 정말 많다.
내가 배우고 느낀 것 중 가장 큰 두 가지는,
-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더 잘하고 싶어 하는지.
- 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 즉, ‘사람을 대하는 것’이 일이 되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회사에서 배운 위 두 가지를 이유로 나는 회사를 떠났다. 이에 대한 내용들은 메타인지를 조금 더 거쳐 천천히 정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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